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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실을 꿰는 여인들' 전남 여성의 기록 남긴다(R)

김진선 기자 입력 2022-10-17 08:00:27 수정 2022-10-17 08:00:27 조회수 7


◀ANC▶

전남 여성들의 생애를
구술로 기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여성들의 고된 삶 속에는
전쟁과 가난 등 우리 역사의 질곡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김진선 기자입니다.

◀END▶
◀VCR▶

60여 년을 삼베와 함께 살아온 박영남 씨.

입학금이 없어 학교도 갈 수 없던
소녀에게 삼베짜기는 삶을 지탱할 수단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지만
가난은 여전히 박 씨를 떠나지 않았고,

아기를 들쳐업고 시장에 나가
삼베를 판 돈으로 다시 실을 사오길 수천 번,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
억척과 끈기로 자식들을 키워냈습니다.

◀INT▶ 박영남/보성군
"가난이 씨가 있나.
이 가난을 물리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낸 적이 없어요."

평생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지독한 노동에 시달려온 시절.

동네 사람들이 봄놀이를 갈 때도
밥하고 베 짜느라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여인의 삶은 아흔을 넘겨서도
한으로 남았습니다.

◀INT▶ 송순남/보성군
"내 애가 죽어도 나가서 베를 짜지 할 수 없어.
(사람이 죽어도 베를 짜요?) 네.
나 어떻게 살았는 지도 모르겠어."

삼베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였던
보성 지역 여성 3명의 기억과 경험, 인생이
'전남여성생애구술사'에 담겼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미시적 삶과
생애사를 통해 우리의 생활문화사를 이해하기 위한
전남여성가족재단의 프로젝트입니다.

◀INT▶ 안경주 원장/전남여성가족재단
"저희 어머니 세대들이 얼마나 많이
가내에서 생산노동 그리고 가족들을
돌보기 위한 노동을 해왔는지를
아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죠."

값싼 중국산 인조 섬유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사라져가는 전통 삼베.

평생 삼베를 짜느라 고된 인생을 보냈지만,
이제는 마지막 삼베 지킴이가 된 보성 여인들의
이야기는 이달 중순 전남여성가족재단 누리집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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