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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99엔의 치욕'..13년 전에도 울분(R)

◀ANC▶

광복된 지 77년 만에 강제징용 피해자가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받았습니다.

그 금액은 99엔. 원화로 환산하면 1천원도 안 되는
푼돈입니다.

지난 2009년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받았던 액수와 같은데 기록을 확인하고,
돈을 받는 과정은 온전히 피해자 측의 몫이었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END▶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동원 됐던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2009년 받아든 후생연금 퇴직수당 99엔.

그때 돈으로 고작 천 3백원을 지급받은
양금덕 할머니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SYN▶ 양금덕 / 강제동원 피해자 (2009년 12월)
"이 도둑놈들아. 하루 속히 사죄하고 보상해놔라,
이놈아. 내 청춘을 돌려줘라, 이놈들아."

당시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확인하고
99엔이라도 받을 수 있었던 건
일본과 한국에서 피해자를 돕는 시민들 덕택이었습니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 이전에
연금을 청구하지 않은 피해자에 책임을 돌렸고,

우리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SYN▶ 우치카와 / 나고야 소송지원회 변호단장 (2009년 9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종군위안부나 일본군대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미쓰비시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확인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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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G]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 노동했던 정신영 할머니.

13년 뒤, 올해 아흔 셋이 된 정신영 할머니가
후생연금 퇴직 수당을 받았습니다.

금액은 99엔. 통장에 찍힌 건 931원 뿐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변한 게 없습니다.

'후생연금 가입 기록이 사라졌다'던 일본은
나고야 소송 지원단의 부탁을 받은
일본 야당 의원의 요구로 재조사 한 뒤에야 마지못해 인정했고,

정신영 할머니와 함께 후생연금 가입 조회를 요청한
열 명에 대해선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SYN▶ 정신영 / 강제동원 피해자
"애들 과자값도 아니고 이것은 일본 사람들
똥이나 닦으라고 하시오."

피해자 단체는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소송부터 자료 확인까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며 우리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최근엔 미쓰비시 중공업 국내 자산 강제 매각 결정을 앞둔
대법원에 의견서를 보내는 등
도와주진 못할 망정 훼방을 놓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집니다.

◀SYN▶ 이국언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왜 90세 넘으신 분들이 이렇게 힘겹게 힘겹게
일본의 도움을 요청해서 자신의 기록을 찾아야 합니까?
(한국 정부는) 다른 소송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임금 미지급문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해묵은 과제가 산적한 상황.

하지만 발뺌 하느라 바쁜 일본 정부와
한일 관계 악화만 걱정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13년 전에나 지금에나, 전혀 나아진 게 없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우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