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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바다野

어영차 바다野

08시 05분 로컬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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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캐서 남편, 아들 빈 자리 메운 어머니. 어디 한군데 안쑤시는데가 없어~ 이게 내 바람막이야 어때 좋아보이지? 먼저 간 우리 아들 보고싶어 죽겠어 #어리굴 #서산 #간월도

[대한민국 '섬' Korea Island]
한겨울,
갯벌 가득 굴 꽃이 피는
서산 간월도.
예부터
집에 숟가락은 없어도
조새는 있었다는
마을인데요.
이곳에서
평생 굴 캐며 살아 오셨다는
올해 여든 다섯,
노두연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겹겹이 무장하고,
한 짐 챙겨,
할머니는 길을 나서는데요.
그저, 갯벌이 부르고
몸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걸어온 인생,
그 길을 함께 걸어온
일 동지들은
벌써 나와 계시네요?
할머니는
이중에서도 최고령이랍니다.
팽팽한 청춘으로 만나,
서로의 얼굴에 지는
주름을 보며
세월을 보낸 사이.
이제 다들
갯일을 그만둘 때도 됐지만,
오늘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나란히 갯벌로 들어섭니다.
열여덟 살 때부터
갯벌에 나왔다는
노두연 할머니.
간월도 굴로 살림 장만하고,
먼저 간 남편 몫까지
몇 배로 움직여
오남매를 키웠습니다.
평생을 허리 펼 새 없이
바지락 캐고,
굴 캐며 살았는데도
아직도 갯벌은
내어줄 게 많아 보이는데요.
이제 펄에선 은퇴할 나인데,
용돈벌이라도 하려고
이 추위에도 갯벌에 나오신답니다.
아고.. 이 무심한 겨울바람을
어찌 견디시려나, 했더니
할머니만의 바람막이를 꺼내시는데요?
고단하지만 꺾이지 않은 세월!
자식들이 아무리 말려도
할머니는 아직도
일을 놓지 못하는데요.
먼저 하늘로 간
둘째 아들 대신,
젖먹이 손주 키워 대학에 보내느라
이 갯벌을 떠날 수 없었지요.
젊을 때는 자식들 위해,
나이 드니 손주 걱정에,
그렇게 나이가 들었습니다.
다함께 부르는 노래 한 자락에
아쉬운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오늘 네 시간 동안 작업한
성적표를 확인할 시간.
부지런히 캔다고 캤는데
얼마나 나왔을까요?
아픈 다리 이끌고
또 어디로 가시나 했더니!
옆집 사는 마을 동생네
잠깐, 들렀다 갈 모양인데요?
갯일에 지친 몸,
요 막걸리 한잔으로
달래볼 참이지요.
네^^ 함께 늙어가는
마음 맞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인데요.
sov- 이 술은 이 술이 아니라~
노래 살리고~
이렇게 한 잔 마시고 나면
더 선명해지는 아픈 기억...
하늘나라로 갔어
그래서 내가 그 손주를 키워서 이렇게 사는데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게
가장 큰 불효라고 하는데,
그 불효한 자식이
가장 그리운 노두연 할머니!
아무리 목 놓아 이름을 부르고,
가슴을 쥐어뜯어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남은 자식들 보며
그 모진 세월,
참고 버텼다는
노두연 할머니,
집에 돌아오자마자
막둥이에게 챙겨줄
어리굴젓을 만드시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그저 자식, 손주 생각 뿐.
일하지 말라고 했던 자식들도
만들어다 주면 맛있게 먹으니,
그 모습 보는 낙에
그만둘 수 없었지요.
오직 자식들 생각하는 마음과
할머니의 인생이 버무려졌으니
이번 굴젓도
맛있게 익을 겁니다.
자식 챙겨줄 생각에
또 힘이 나는 할머니.
이게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겠지요.
아이고 어제 고생하셨으니
하루쯤은 쉴 법도 한데..
오늘도 할머니는
달도 뜨지 않은
새벽길을 나서는데요.
날씨가 어제보다 더 매서워도,
몸이 어제보다 더 고단해도,
또 아무리 가는 길이 멀고 험해도,
여든 다섯
노두연 할머니의 삶은
흔들림이 없지요.
이 갯벌 위에서
몇 번의 겨울을 더 보낼 수 있을까요?
간월도 갯벌엔
오로지 자식 손주 바라보며 살아온
할머니의 주름진 세월이, 그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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