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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바다野

어영차 바다野

08시 05분 로컬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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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감태 밭에서 감태 캐는 날, 이거 하다보면 밥먹을 시간도 없어요. 혼자 살다 보니까 동생들이 너무나 잘 챙겨줘요. 부녀회장도 20년이나 했어~ #감태 #완도 #감태굴전

[대한민국 '섬' Korea Island]
찬바람이 에워싸는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남쪽 바다,
완도 고금도!
그 중 갯일, 밭일로,
청춘을 보낸 이들의 마을
가교리를 찾았습니다.
오늘은 고금도 가교리,
감태 밭 열리는 날!
이 마을 부녀회장, 순희 씨!
주민들 이끌고
푸른 갯벌로 들어서는데요?
허리춤에 바구니 동여매고,
갯벌의 고수들이 입장합니다!
감태 매는 일은
물때와 추위와의 싸움,
이골이 날법도 한데,
살 속 파고드는
칼바람 앞에선
도리가 없나 본데요.
한 줌, 한 줌 수고스럽지만
반짝하고 나타나서
금세 사라져버리니,
아무리 손발 시려도
부지런히 거둘 수밖에요.
올해로 감태 경력, 오십 년!
갯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순희 씨에게도
감태 일은 녹록치 않은데요.
힘도 많이 필요하고,
손도 많이 가는 일이다 보니,
오래 전 남편 먼저 보내고,
마을에 혼자 남은 그녀에겐
더 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열심히만 하면
먹고 살 수 있으니,
새색시 시절부터 지금까지,
놓을 수 없었지요.
여름엔 바지락 캐고,
겨울엔 감태 매고,
젊을 땐 자식들 가르치려고,
이제는 장성한 자식들 앞에 당당하려고,
어머니는 얼음장 같은 바닷물을
또 첨벙거리는데요.
그렇게 남편 없는, 남편 고향에서,
인생의 겨울을 지나왔습니다.
에휴, 얼마나 힘드실까요?
다들 고된 노동과 맞바꿔
귀한 감태를 얻었습니다!
네, 사실 진짜 일은 지금부텁니다,
감태는 뜯는 것도 힘들지만,
깨끗이 씻는 게 관건인데요.
감태를 바락바락 주물러 펄을 빼고,
쩍이라 불리는
굴 껍데기를
일일이 골라내야 하지요.
씻고 또 씻어도
계속 나오는 요 굴 껍데기!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습니다.
이런 날이면
든든하고 듬직했던
아들이 생각나는데요.
그 아들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눈물 나는 날보다
이제, 웃는 날이 많아졌다는 순희 씨!
오늘도 역시나
서로 도와주고 뭐든 함께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어
힘들어도 일할 맛이 납니다.
네^^ 농담도 오가고,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나누다보면
이 작업도
어느새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겨울철 두 번은 울어야
감태 철이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되고 힘든 작업이지만
그래도 두둑한 쌈짓돈 벌게 해주니
겨울철, 이만한 효자가 없답니다.
갯벌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순희 씨!
하지만 아직 일이 남았답니다!
에고 다 끝난 줄 알았더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작업
와.. 이게 보통일이 아니네요?
감태 일 하는 날이면
밥 한술 뜨는 시간도,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도 아까운데요.
그러고 보면
소중한 사람들 떠나보내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더 생각이 날까봐,
더 바쁘게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이 집에서
이제 홀로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고 있지요.
그날 오후
여전히 감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순희 씨.
스무 번 이상 씻고 또 씻고,
그러다 이물질이 발견되면
걸러내고 또 걸러내야 합니다.
펄과 쩍을 걷어낸 고운 감태는
소금 뿌려 간을 더해준 다음,
마지막으로 비닐로 덮어주면
드디어! 오늘 작업도 끝이 나는데요.
과연 그 어떤 일이
이보다 더 정성스러울 수 있을까요?
작업 다 끝내고 나서야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챙기시는데요?
명태 탕에 감태 무침
김장 김치가 전부인
소박한 밥상!
그래도 어머니~
하루 종일 고생 많으셨으니,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날
마을 부녀 회장이자
가교리 여장부 순희 씨
동생들과 함께
감태 밭으로 출동하셨네요?
한 동네에서
수십 년을 같이 보낸 사이!
둘도 없는 마을 동생들과 함께
오늘, 겨울 별미를
즐기실 모양인데요.
먼저 싱싱한 감태에
굴 잔뜩 넣고
반죽 옷 입혀
부침개를 만드신답니다.
캬 소리만 들어도
맛있을 거 같지요?
고소하면서도
바삭바삭하고
향긋하면서도 달큼한
감태굴부침개
함께 맛있는 음식 나누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게
이 겨울, 가교리 어머니들의 낙이랍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
이 계절
이만한 별미가 또 있을까 싶네요!^^
거기에 마을 청년들이
직접 농사지은 김으로
고소한 김국도 끓였는데요.
찬바람 맞고 고생했던 시간이
스르륵 녹아내리는 맛이랍니다.
밥 한 끼 함께하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했던가요?
서로의 사정 잘 아는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입니다.
아이고, 밥 먹자마자 또 일이신가요?
하루 묵혀둔 감태 냄새가
그녀를 부른 모양입니다.
향긋한 감태에
삭힌 고추 넣고 버무려주면
감태 김치가 완성되는데요.
꾹꾹 눌러 담은
어머니의 정성이
자식들에게,
손님들에게,
전달될 겁니다.
겨울이면
언 땅을 뚫고 나온
초록융단이 펼쳐지는 곳,
그곳엔
잘 익은 감태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향처럼
지난한 세월이 곰삭은
어머니의 삶의 향기가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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