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MBC

검색
어영차 바다野

어영차 바다野

08시 05분 로컬방송

유튜브

굴밭에서 40년동안 일한이유... 바로 자식들 때문이죠. 굴이고 배추고 좋은 것 보면 우리 자식들 생각밖에 안나요 #해남 #굴밭 #해남배추 #내동마을 #행복한가족 #시골밥상

[대한민국 '섬' Korea Island]
한반도 남쪽 끝,
봄, 여름엔 바지락 캐고,
겨울엔
굴과 배추 거두며 사는
해남 내동마을.
자연이 주는
넉넉함 누리며
이 마을에서 46년 해로한
정연옥, 박형진 씨 부부를
만났습니다.
오늘은
내동마을 굴 밭 열리는 날!
연옥 씨도 마음이 바쁜데요.
변함없는 금슬 자랑하며
마을 잉꼬부부로 소문난 부부,
동네 사랑방답게
오늘도 부부의 집은
북적-북적합니다.
이제 시간이 다 된 모양입니다.
겨울 갯일은
부단한 추위와의 싸움!
남들보다 몸이 약한 연옥 씨도
단단히 챙겨 입으셨네요?
연옥 씨의 전용 운전기사,
남편, 형진 씨!
가까운 거리지만
갯벌에 가는 날은
이렇게 모셔다 드려야
마음이 놓이신 답니다.
네, 굴 캐는 일은
대대로 여자들의 일이었습니다.
바닷물 빠진 갯벌이
마을 아낙들의
겨울 직장인 셈이지요.
한 달에 두 번,
공동 어장 개방하는 날!
일명 개 트는 날이면
쉰다섯, 막둥이부터
아흔 네 살, 최고령 어르신까지!
한 집에 한 명씩 나와
굴을 캐는데요.
내동마을의
오랜 전통이랍니다.
여자들만 나온다는 굴 밭에
남자 분이 등장하셨네요?^^
백 명 넘는 부녀회원들이
함께 하는 일이다보니
부녀회장의 역할도 중요하답니다.
작업 시작을 알리는
부녀회장의 힘찬 소리와 함께,
드디어 마을 아낙들의
대이동이 시작됐습니다.
연옥 씨는
지난 번
점 찍어둔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하는데요.
젊은 시절,
굴은, 손놀림이 부지런해야 한다며,
시어머니에게 갯일을 배웠지요.
하지만
질퍽한 갯벌에 익숙했던
손놀림도, 허리도,
이제 녹이 슬었는지,
예전 같지 않답니다.
고단해도 논으로, 바다로
발걸음을 밀었던 건
자식들 때문이었습니다.
자식들 생각에
힘들어도 힘든 줄 몰랐지요.
시부모님 떠나보내고,
자식들 키워 도시로 보내고 나니
남편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는 나이가 됐습니다.
아내가
굴 밭에 가 있는 그 시각!
남편은
특별한 취미 생활, 즐기는 중이신데요.
자식과 손주들 생각하며
쌓은 돌탑이
벌써 삼백 개가 넘었답니다.
누구보다
자식 사랑 차고, 넘치는 부부!
이 마을에서 한평생,
부모의 이름으로
내외는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가진 것 모두 긁어서
공부시킨 끝에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아들,
고생하는 부모님 보며
잘 자라준
기특한 아들입니다.
1년 365일
집 앞에 태극기를 걸어둔 것도
자식 사랑에서 시작된 거지요.
부모에겐 자식들이
약이고 행복이지요.
작업이 끝나가는 시간,
남편들이 아내를
데리러 오는 건
부부지간의 오래된 약속인데요.
남편 형진 씨도
연옥 씨 굴 마중 나오셨습니다!
역시!
남편 챙기는 건 아내뿐이네요^^
오늘
자연이 허락한 시간은 여기까지!
허리 한번 펼 새 없이
부지런히 움직여
귀한 굴 한통을 얻었습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자식 생각부터 나는 게
어머니 마음,
연옥 씨에겐
오늘이 그런 날이지요.
갯벌에 다녀왔으니
이제 허리 좀 펴고
편히 쉬시려나, 했는데
굴 밭에 이어
이번엔 배추 밭으로 출동!!
늘 마을일로 바쁜
부녀회장을 위해,
연옥 씨가 지원군으로 나섰습니다.
이야, 속이 실한 게
자랑할 만하신데요?^^
이게 또 자연이 주는 행복이지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열심히 살아온
그녀에게 주는 상장 같은데요.
그동안
제 한 몸 기꺼이 희생하셨으니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꽁꽁 언 배추 밭과
차디찬 갯벌 부지런히 누볐으니,
맛있는 저녁 즐길 자격,
충분하겠지요?^^
그 맛이 어찌나 단지
굴 아닌 꿀이라 불린다는
내동마을 굴로
솜씨 발휘하기로 했는데요.
맛있다고
동네방네 소문난
싱싱한 굴 위에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진-한 손맛만,
살짝 더하면 된답니다.
스무 살에
옆 마을 강진에서 시집와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며느리를
친딸처럼 아껴주셨던 시어머니,
시어머니에게
음식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고,
내동 마을 여자로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굴 떡국 역시,
시어머니에게 배운 요리.
그 그리운 마음도
음식에 함께 담았습니다.
한 마을로 시집온
연옥 씨와 부녀회장의 합작품!
굴 밥상이 완성됐습니다!
어떻게 먹어도 좋은 굴,
함께 먹어 더 맛납니다!
에휴 그러게요
아마 좋은 날 찾아오면
내동마을 굴 찾는 이들
더 많아질 겁니다.
오랜 세월
한 번도 마른 적 없는 황금바다,
그곳엔 내동마을 아낙들의
진득한 삶이 숨 쉬고 있는데요.
그곳에 어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오래 오래 들리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