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MBC

검색

정희사진관

더디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길...

새벽6시면 학교를 가기 위해 이 길을 걸어서 남들보다 일찍 출발했다. 집에서 중학교까진 4킬로. 마을과 마을을 지나고, 저수지를 돌아 논둑을 건너 울퉁거리며 가야 하는 길.. 내 걸음으로는 한시간 30분에서 두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걷다 쉬다 길섶에 있는 이름모를 예쁜 들꽃들을 보고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내가 제일 빠르다는 뿌듯함과 함께 중간쯤 왔을때는 햇살이 비추어 아름다운 무지개빛으로 물들어 있는 이슬 방울들이 얼마나 이쁘던지... 그렇게 한시간을 걸어서 논두렁을 가고 있을때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머스마 둘이가 나를 앞질러 씽씽 가버리고 삼십분 더 있으면 많은 친구들이 길동무가 되어 함께 걸어간다. 처음엔 속상하고 억울도 했지만 어느덧 그 자체를 인정하고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하고 들꽃과 하늘과 이야기 하는 걸 즐겼다. 더디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길... 끝나고 집에 올떄는 넓은 바위를 방 삼아서 라면땅 먹으며 산딸기 따먹고 놀았던 길... 지금은 포장으로 잘 닦여서 버스가 씽씽 달린다. 힘들었지만 자연과 함께, 친구들과 낭만적으로 놀았던 등하교길이 그립다. ...보길도 중리에서 청별에 있는 보길중학교까지 가는 길....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