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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즐거운 오후2시

14시 05분 로컬방송

사연&신청곡

축하해 주실래요!

벌거벗은 인간들이 저마다 이 상한 자세로 사우나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른 이와 헛구역질을 해대는 배불뚝이 중년의 모습에
양치를 하다 말고 내 아랫배를 내려다본다.  
다행이다!
아직은 저렇게 망가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온 몸에 묻은 비누 거품이 샤워기의 힘에 밀려 내 몸에서 미끄러진다.

거친 수염을 밀어내는 느낌이 면도 기를 통해 손에 전해진다.
하얀 면도 거품이 밀려난 자리에 새로 뚫린 고속도로처럼
내 얼굴 한쪽이 거울에 투영됨을 보며 불혹을 넘겨버린 내 모습이
아직 봐 줄 만 한데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여 질지 사뭇 두렵다.

구두 닦는 젊은 아저씨의 신들린 듯 한 손놀림에 놀랍게도 내 신발이 번쩍거린다.
술로 채워진 내 뱃속이 시원한 청량제를 원하지만 동전을 먹어 치우는 기계에서
커피 한잔을 뽑는다.
코끝에 전해오는 향과 입 속에서 파열된 종이 커피 느낌이 환상의 절정을 이룬다.

목욕 바구니를 든 화장기 없는 얼굴의 여인이 횡단보도 저 쪽에 우아한 자태로 서 있다.
땅을 향한 녹색 화살표가 하나씩 지워지면서 여인의 걸음도 이 쪽을 향해 빨라진다.
많이 본 듯한 그 여인이 내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등뒤로 사라진다.  
순간 아! 아내가 아닌가! 정녕 아내가 저렇게 아름답더란 말인가...
우리 집 여우가 저렇게 우아한 자태의 여인이더란 말인가...<<아부 심함>>

늦게 신호등을 본 운전자일까! 횡단보도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에 깜짝 놀란
사람들의 표정이 가히 형이상학적이다.
어느 그림쟁이가 저런 모습을 그릴 수 있을까.

초등학교 앞 붕어빵 굽는 냄새가 나를 유혹하지만 점잖은 체면이란 녀석이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놀이터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정신 없이 추억을 만들고 그 옆 나무로 만든 벤치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앉아 계신다.
모르긴 해도 손자나 손녀를 따라서 답답한 아파트를 잠깐 벗어나 봄 햇살을
만끽하고 계실 것이다.  

노부부의 정담은 알 수 없지만 우리 노년의 미래도 저렇게 아름답게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4월 15일 오늘 열 네 번째의 결혼 기념일을
두 분의 목소리를 통해 축하 받고자 합니다. 한 바구니의 꽃다발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무자게 쑥스러운데요 듣기를 원하니 휴∼∼사랑한다 김 나 례

김종환에<존재의 이유> 목포시 신흥동 1026-8  (281-0281)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12-16 12:34:48 즐거운오후2시_사연 & 신청곡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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