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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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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신청곡

딸아이가 하루는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더라구요.

딸아이가 하루는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더라구요. 막내라서 어리광도 잘부리고
다른 집 아이들처럼 귀하게 키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딸 셋 중에서 손길이 많이
가기는 했나봐요. 벌써 중3인데도 철부지 어린아이같고 안쓰럽기 그지 없거든요.
저녁 퇴근길, 하루종일 서서 사람들 상대로 가격흥정에 하나라도 더 팔려고 어거지
쓰던 기력도 이제 남아있지 않고 그렇게 힘이 다빠진 상태로 집에 왔어요. 예전 같으면 막내가 대문소리만 듣고 뛰쳐 나와 나의 허리를 거머 쥐고 오늘 많이 힘들었어? 다리아프지? ... 재잘거리던 녀석이 오늘은 달랐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 가서 딸아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퉁퉁부은 얼굴에 한 손에는 통장을 꼭쥐고 있더라구요. "이게 뭐야?"
딸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연을 들어보니,
대학에 다니는 큰언니와 내기를 했답니다. 형편이 어려워 늘 사립대에 다니는 것이 미안하다고 하는 맏딸이 이번에 일등을 하고 납부금을 면제 받으면(납부금이 280만원인데 일등을 하면 면제) 막내딸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피아노를 사자고요. 그대신 막내딸은 반에서 5등을 해야 했고 통장에는 지난해부터 친구들한테 짠순이라고 놀림받으면서까지 열심히  모은 돈 30만원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딸은 정말 열심히 독하게 공부를 해서 일등을 했고(큰딸이 그러더군요. 자기가 고생해서 혜경이를 위해 피아노를 꼭 사주겠다고.) 막내딸아이도 혼자서 독서실까지 가면서 오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큰딸의 납부금이 수업료만 면제 되는 것이어서 200만원만 장학금으로 받게 되고 나머지는 내야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둘째아이가 대학에 낙방을 해서 재수를 하게 되었고 집은 더 힘들어 졌지요.
저는 그래도 저 나름대로 내색안하고 있었는데 막내딸아이도 가슴속에서 삭히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피아노 실기평가를 해야하는데, 앞이 깜깜해져서 괜히 자기는 오등했는데 그동안의 노고가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멈췄던 눈물을 또다시 흘리더라구요. 가슴아프게...
늘 가난하지만 자식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노력했는데 사소한 곳에서 딸아이에게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이 부모로써 못내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저도 지금 열심히 주말에 예식장 설거지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고보다는 그래도 평생 간직할 수 있게 좋은 것으로 선물하기 위햇 부모로써 노력해 봅니다.
그래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늘 바르고 착하게 자라주는 세딸들에게 너무 고맙고
철부지 처럼 어리광부릴 나이에 너무 빨리 성숙해 버린 막내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그리고 미안하다고...
정선재, 문성숙씨
우리 딸들 너무 예쁘죠? 사실 이것 말고도 할 얘기가 엄청 많은데
우리딸들은 절대로 미용실에 가질 않아요. 큰딸이 둘째딸을 둘째딸이 셋째딸을 막내가 큰딸을 이렇게 돌아가면서 서로 미용사가 되어 줍니다. 가끔은 서로 잘라놓은 머리에  실망을 하고 펑펑 운적도 있지만 미용실에다가 돈 주는 것도 아깝다고 저보다더 알뜰살뜰 산답니다. 그리고 딸들은 늘 난 이렇게 가난학 태어난게 좋아 라고 제 귓가에 속삭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요.
^^ 행복합니다.


목포시 북교동 17-7 1통1반    우. 530-320
전화번호 : 242-8897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12-16 12:34:48 즐거운오후2시_사연 & 신청곡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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