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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오후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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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신청곡

꽃 바람

따순 바람 불고 날 풀리먼 땅속에서도 훈짐이 솟아 나옹가 오만가지 것들 다 끼대 나온다잉. 사방간디 꽃낭구들 으찌 지철인지 알고 꼼지락기린가 몰라야. 땡땡 얼었든 골짝물 졸졸기리고 나뭇잎싹도 서로 몬야 나올라고 삐죽삐죽 머리 디밀어야. 땅에 뽀짝 엎드러져 시한을 살어 낸 봄똥잔 봐라 동글납작 새포름한 것이 영락없는 꽃 아니냐. 삥아리 털맨치 노란 생강나무 꽃 벌어지먼 참꽃도 들고 일어나 온 산이 분홍색 물가심 찌크러논 것 같당께야. 고샅질 아그들 따라 누렁이도 오두방정을 떤디 이라고 존 뱉에 으찌께 들어 앙거 있겄냐. 궁댕이가 발싸심을 해싼께 더는 못 전드고 까끔으로 올라가지야. 첨에는 무심상 했어야. 그랬는디 고것들이 남정네 휘릴라고 질 가상에 나와 앙근 술집 가스나 맨치 찔벅기리드라. “거시기 나 쪼께 보고 가쇼. 새 옷 입었는디 색깔 으짜요? 아따, 향수 삐랬는디 냄새 안 좋소?” 함서 눈웃음을 살살살 쳐대드란 말다. 색색갈로 옷 입고 간드러짐서 정신을 홀라당 빼 부러야. 떼거리로 몰려나와 바지가랭이 잡고 늘어진디 당해낼 재간이 있겄냐. 더는 못 삐대고 그 욱으로 엎어지고 말었당께야. 그란디 고것들 아조 징한 것들이다잉. 으짜다 단꽃 향내에 한 번 빠졌다고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불러내야. 찐드기가 따로 없당께야. 정은 들기도 에럽제마는 띠기는 더 심들어야. 정신이 옴쑤로기 거가 있응께 일도 손에 안 잽히고, 히말탱이 빠져 눴다가도, 오메 고것들 지달리겄다 싶으믄 벌떡 일어나져야. 맨날 봐도 질리도 안코 찬찬히 디레다 볼수록 입이 차꼬차꼬 벙그러진단 말다. “오메! 오메! 이것들을 으째야쓰까? 으디서 이라고 이삔 색이 나왔으까잉.” 멜겁시 시부렁기린당께야. 꽃도 술맨치 사람을 취하게 맹근 갑서야. 그랑께 묵는 것도 그작저작 때워 불고, 기영도 데고데고 치고, 빨래도 거시기 큰놈 맥감디끼 슬렁슬렁 행개 널어 불고, 산으로 담박질 하지야. 해거름 판에라도 기연치 갔다 와부러야제 기양 잘라믄 껄쩍지근 하단 말다. 숨어 핀 것들 본다고 옹삭한 질로 빠져 맹감넌출에 뜯겨 옷도 여러 불 베렀다야. 여름 끝에 짚은 산에 가믄 배암이 시글시글해야. 깜짝 자망해서 궁글다 발모가지를 뒤져부렀어야. 그라고 영금을 보고도 짤뚝기린 다리 질질 끔서 또 간당께야. 참참이 시간 빼니라고 미치겄는데 또 이름까정 불러달라고 비비꼬드라. 하기사 저마다 이름이 있는디 싸그리 꽃이라고 뭉뚱기래 부르먼 기분이 안 좋겄제. 대처나 이름을 불러준께 단단한 끈타불로 잇어진 것 같드랑께야. 이름 안 불러주먼 앙탈 많은 계집치롬 쌜쭉해갖고 입 꾹 닫고 있다잉. 은방울꽃 앵초 히어리 초롱꽃 각시둥굴레 얼레지 처녀치마 봄맞이꽃 바람꽃 상사화 옥잠화 물봉선...... 철따라 이리저리 몰려댕긴디다 하도 수가 많응께 다 외울 수도 없어야. 동백은 모가지채 퍽퍽 떨어져야. 뻘건 꽃숭어리를 보먼 맹골 바닥에 잠든 아그들이 어룽기래서 오목가심이 에러야. 아깐 새끼들, 이파리 한 장 날려볼 참 없이 짚은 물속으로 뚝 떨어져 부렀잖냐. 쪼께 더 있으먼 떼죽나무 꽃 달겄다야. 잎싹이 물에 들어가먼 물괴기가 싸그리 죽는다고 그리 부른단디 흑한 꽃이 졸랑졸랑 징하게 앙증시러야. 바람 분 뒷날은 땅에서 별이 솟아난 것 같다잉. 낫살이 들다 봉께 어저께 불렀던 이름도 잊어분디 요새는 또 사진까지 찍어줄랑께 성가시다야. 다들 뀌미고 나왔을 텐디 누구를 자쳐놀 수도 없고 여그저그 낯짝 디민 것들 다 담을라믄 시간이 무한정이여야. 나 좋아서 한일이라 그랑가 이놈의 꽃바람은 잦아들도 안해야. 생각해 보믄 이름 쪼께 불러주고 얻은 것이 더 많지야. 살림이고 나발이고 다 땡게 불고 싶다가도 깔크막 올라채믄 내리막도 있겄제 싶고, 또 고것들 낯부닥 차다봄서 나도 젙에 사람들한티 환하게 웃어 줘야 쓰겄다 맴을 다지게 된단 말다. 산에 댕김서 에런 고팽이 많이 냉갰다야. 연애질이랑 재치기는 숭킬 수가 없다등만 꽃바람 났다고 소문이 돈 모양이여야. 고것들 잘 있드냐고, 요새는 누가 물 올랐드냐고, 혼자만 재미 보고 댕기냐고 난리랑께야. ‘요새 홀아비꽃대 필 땐디’ 하고 매칠 종그다, “뭣 하고 있으까? 지달리다 모가지 빳겄네” 하고 시부렁기랬등만 그 소리를 들어부렀는가 오늘 아척에 영축없이 나왔드랑께야. 매조지가 흑한 실 같은디 홀애비 씨염 비스무레 하다고 그리 부른 것 같어야. 꼬사리는 비 한 번 더 삐래야 나올랑가 했등만 보시로 깐난이 주먹 맨치 통통한 놈이 나왔드라야. 반공일 참에나 유달산 어덩에 산벚꽃 터지믄 연분홍에 연둣빛 꽃구름이 피어날 텐디 그 때 항꾼에 갈래? *화요일 방송을 위해 사투리 한 편 올립니다. 글이 너무 길죠? 필요한 부분만 잘라 쓰세요. 친정엄마가 신안 출신이라 사투리가 귀에 익었습니다. 꾸준히 쓰다 보니 사투리 글이 수 십편 되네요. 필요하시면 다른 글도 올릴게요. 010-9669-6496 김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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