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304명 가운데
가장 많은 250명은 이제 막 18살이 된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살아있었다면 올해로 꼭
28살이 되었을 이들에게
문선호 피디가 편지를 전해왔습니다.
◀ 리포트 ▶
28살
깨지고 넘어지며 세상을 배울 나이
그 나이를 지나온 선배들의 조언
“괜찮아. 스물 여덟이면 아직도 어린데 뭘”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어깨 툭툭 치며 다독이고 싶지만
우리의 위로를
전달할 수 없는 곳에 사는 너희들
만약에.. 옆에 있었다면
누군가는 꿈에 다가선 설렘으로
누군가는 꿈이 멀어진 아픔으로
밤잠 설쳤을 너희들
누군가는 유튜버가
누군가는 소방관이
..
또는 우리의 동료가 되었을 28살
어쩌면 예쁜 아기를 둔
부모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
아직 너희를 놓아줄 수 없는건
10살을 더 먹었어도
아직 너희를 놓아줄 수 없는건
벚꽃만큼이나 많았을 28살의 이야기들이
어찌하여 피어나지 못했는지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기 때문이야
<만약에 ... 이것만 했었더라면>
<만약에..>
무수한 가정법만이
그보다 더 많은 아쉬움만이
너희들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야
너희를 떠나보내고도
여전히
<만약에... 이것만 했더라면...>
늦은 후회가 반복되기 때문이야
어떤 이들은 10년이나 지난 이야기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해.
그런데 망각은 일부러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
우리 곁에서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사라진다면
세월호도 조금씩 지워지겠지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떠나보내는 이들이 사라진다면
너희도 조금씩 잊혀질 것 같아.
기필코 오는 그날 드디어 우리 작별하자.
<만약에...했더라면...>이
사라진 그날
국화꽃이 필요 없어진 그날
너희가 서른, 마흔이 되기 전에
그날을 만나길,
그런 땅에서 28살 젊은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껏 고민하고 울어보고 기뻐하길
우리가 그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줄 수 있길
그날이 오면
누구의 부재도 없는
그날이 오면
우리 기쁘게 헤어지자.
적어도 그날까진
'다시 봄,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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