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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잃어버린 우리도 있어요"

김진선 기자 입력 2019-04-05 21:15:01 수정 2019-04-05 21:15:01 조회수 0

◀ANC▶

목포MBC 세월호 5주기 기획
'기억하는 우리, 진실의 증인'입니다.

세월호 유가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희생된 고등학생들의 부모들이죠.

10대, 혹은 더 어린 나이에
함께 하던 식구를 잃어버린 형제,자매들은
부모님의 슬픔까지 껴안으며 버텨왔습니다.

◀END▶


처음에 동생을 (봉안당에) 안치하러 갔는데 너무 휑한 곳에 애를 두기가 힘들더라고요. 괴롭더라고요.

건물 안은 계절이 없잖아요. 그런데 바깥은 그
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 년이 계절이 있고
시간이 계속 변하잖아요. 그런데 그 시간이 멈
춰 있는 게 별로 안 좋았어요. 애가 있는 공간
은 시간이 멈춰 있는 게 걔만 똑 떨어진 느낌이
라서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이야기 한 게 계절을 맞춰서 꾸며주자고. 처음에는 유민이가 좋아했던 물건을 넣다가 점점 계절에 맞게 꾸며주게 되었어요.

세월호 유가족에 형제*자매는 없었어요. 사고 초엔 더더욱.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는 아이들,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저희가 아니라 생존자 애들 뿐이었어요. 그 아이들 만이었어요. 저희가 없었고 그리고 참사 안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식을 잃고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저희들은 그렇게 많이 힘든 티를 낼 수가 없었어요.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힘내 너희가 부모님을 지탱해 드려야 해. 너희들이 힘내. 였어요. 부모님 잘 챙겨드려. 저희도 피해자인데 저희도 무너질 것 같은데. 그래서 그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게 제일 힘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성인인데 청소년기 사춘기가 오는 아이들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형제자매 중에. 그런데 부모님이 힘들어 하시니까 말을 못하는 거에요. 그때 엄마한테 투정도 부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을 다 잃어버린 거에요. 그리고 대학생 애들은 자기가 이미 진로를 고민하고 한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할 시간에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부모님이 힘들어 해. 할 시간이 없었어요. 너무 사는 게 힘들어서. 어린 나이에 사는 게 힘들어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껏 투정부릴 시간을 잃어버린 거에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저희가 계속 활동하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활동하고 형제자매 성명서도 내고 저희 나름대로 노력을 하니까 형제*자매라는 애들도 있구나 하고 인식이 돼서 좀 나은데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거의 끝난 줄 알고 잊혀지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아직 확실하게 나온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재판도 계속 하고 있고 아직 확실하게 나온 게 아무것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지금 4월이라서 갑자기 찾아오고 관심 주고 이러는 게 아니라 아직 안 끝났구나 하고 지속적으로 계속 기억해주고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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