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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인물-2/19]백창석 무안문화원장

입력 2018-02-19 08:20:16 수정 2018-02-19 08:20:16 조회수 1

◀ANC▶
도로명 주소 사용 이후 마을 개념이
일상 생활속 언어에서부터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요.

10년 넘는 시간동안 3백개 넘는 작은
마을 전체를 돌며 역사와 뿌리를 찾은
향토사학자가 있습니다.

무안문화원 백창석 원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END▶

◀VCR▶
1. 안녕하십니까. 2004년 여름부터 무안지역
마을 전체를 탐방했다고 들었습니다.
마을 탐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원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였습니다. 대체로 고등학교에서 12월이 되면 3학년 학생들은 교육과정이 전부 끝납니다. 특별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교양 같은 것이 이뤄지는데 그때 국어시간에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자란 고향에 대해 써보자. 왜냐하면 졸업하고 밖으로 나가면 집에 돌아올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써보라고 했더니 3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세 줄 이상을 못 쓰는거에요. 17년 동안 자란 고향인데요. 왜 못 쓰냐고 했더니 아는 게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고향찾기를 해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2004년도부터 무안에 뜻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토요일마다 탐방을 해서 정리했습니다. 무안에는 414개 마을이 있는데요. 아파트촌을 제외하고는 376개 자연마을이 있습니다. 그 마을의 역사를전부 정리한 것이죠.

2. 마을마다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확인한 시간이 됐을 것 같은데요. 10년간의
마을탐방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요?

많이 있죠. 너무 안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무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천 삼백 년이 넘습니다. 천 삼백 년이 넘는 긴 역사 동안에 다양한 문화가 있어 왔거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문화재로 등록된 것을 보면 무안 22개 시군 중에서 20위 정도로 많은 문화를 찾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정월 보름이 되면 당산제를 많이 지냅니다. 당산나무나 당산석에서. 그런데 어느 마을에서는 한 여름날 들판에서 당산제를 지냅니다. 차별화된 문화잖아요. 또 하나는 28개 고인돌이 별자리를 따라서 배열된 지역이 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역인데요. 그런 지역이 지금까지 남아있어요. 만약에 그런 문화가 알려지고 개발이 된다면 관광자원으로 널리 쓰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무안지역 마을 이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일제가 고쳐놓은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곳이 있다면서요.

이름은 정체성을 나타내잖아요. 예를 들어 노무현이라고 하면 노무현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김대중이라고 하면 김대중 선생에 대한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처럼 마을 이름도 남원이라고 하면 남원에 대한 정체성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 보면 일제시대 때 마을 이름이 많이 바꿔졌어요. 예를 들면 청계면에 구로리라는 마을이 있는데요. 거북구 늙을로를 썼어야 했는데 아홉구 늙을로 입니다. 주민들이 9명의 노인이 모여서 마을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장수마을임을 나타내는 마을인데요. 또 삼향읍에 대안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원래 기러기 안입니다. 대안동 지형이 큰 기러기가 날아가는 지형이라고 해서 대안동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편안할 안을 써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원래 마을이 갖고 있는 정체성이 없어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참 안타깝다고 여겨집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행한 일 중 가장 잘못된 문화적 침략이 창씨개명인데요. 그것보다 더 잔인한 것이 창지개명. 마을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4. 도로명 주소를 쓰게 되면서, 마을 대신
길과 도로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죠.
아쉬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많죠. 이름 자체가 정체성을 가르킨다고 했잖아요. 새 주소명이 원래 지역성이나 역사성 향토성을 나타내주는 이름이거든요. 예를 들면 해제에 가면 솔대길이라는 길이 있어요. 솔대라는 것은 옛날에 마을에서 과거급제자가 나왔음을 상징해서 솔대를 세우는 것이거든요. 무안에 솔대길이 많이 있습니다. 솔대길이라고 하면 이 지역에서 과거급제자가 나왔구나 하는 것을 알수 있고요. 또 동학길이라는 지명도 있습니다. 그 마을에서 몰랐다 하더라도 동학길이라는 도로명을 보면 이 지역에서 동학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편의적으로 삼일로 삼향읍과 일로읍의 머릿글자를 따서 삼일로라고 했거든요. 현해로라고 하면 현경과 해제의 머릿글자를 땄어요. 그런 편의적인 글자를 쓰니까 조금 아쉽기도 하죠. 역사성이나 향토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 면이 있습니다.

무안문화원 백창석 원장이었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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