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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황보영국(R)

입력 2016-05-24 08:18:19 수정 2016-05-24 08:18:19 조회수 1

(앵커)
5.18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한 건 광주시민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5월 광주와 광주시민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이들이 많지만 이들의 희생은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5.18 36주년 기획보도,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오늘은 명예도 이름도 없이 광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을 생각합니다.

김철원 기자입니다.

(기자)

1987년 6월 항쟁 직전, 부산의 민심은 끓고
있었습니다.

그 해 1월, 부산 출신의 서울대생 박종철 씨가경찰의 물고문에 숨진 사건이 일어난 데다
4월에는 광주의 진실을 담은 5.18 사진전이
열리면서 독재정권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당시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5.18 사진전에
들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박승원 신부/당시 부산 양정성당
"국제시장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부산에서 제일 큰 시장이죠. 그 밑에 자갈치 시장이죠. 그런데요. 시장 아주머니들이 (5.18 사진전) 우리도 좀 보게 해달라고 그걸 보시고 5.18 영정도 있거든요. 거기서 대성통곡들을 해요."

그러다 일이 터졌습니다.

5.18 7주기를 하루 앞둔 5월 17일,
한 노동자가 부산시 한복판에서 분신을 한
것입니다.

(스탠드업)
오후 5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습니다. 지금은 백화점이 들어섰지만 당시는 부산상고 정문이었는데요.

노동자 황보영국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채 무언가를 외치며 이쪽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황보문수/故 황보영국 씨 아버지
"전두환이 물러가라고 그러면서 야단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서 저 끝까지 150미터를 뛰어가는데 도중에 식당에서 물을 끼얹었다고 하더라고요."

<故 황보영국 약력>

그의 시신은 숨진 지 하룻만에 화장됐고 죽음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김종세/부산민주항쟁기념관장
"못배운 사람이 또 어떤 조직적 배경도 없는 이런 경우에 되게 무지렁이처럼 (희생이) 묻혀져 버리죠."

88올림픽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88년.

노동자 김병구씨가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광주학살 원흉처단과 대선무효"를 외치며 투신했습니다.

(인터뷰)김상학/故 김병구 씨 아버지
"(아들 투신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갔더니) 온 몸을 붕대로 다 묶고 했더라고요. 그런데 꼭 무슨 돼지 양다리를 묶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야. 얼마나 화가 나던지..."

하반신이 마비된 김씨는 결국 넉 달뒤에 자신의 집에서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故 김병구 약력>

(스탠드업)
노동자 김병구씨가 몸에 태극기를 두른 채 광주학살 원흉 처단을 외치며 투신했던 연세대 학생회관입니다.

5.18 역사의 현장이지만 건물 어디에서도 김병구씨와 관련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오승용/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가장 어려운 시기에 금지된 것들을 이야기했던 분들이라는 거죠. 어마어마한 자기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그걸 할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때로는 그것이 본인의 생명과 맞바꾸는 경우일 수도 있었던 거죠. 따라서 그 분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당연히 다시 불러내서 기억해야 되고..."

5월항쟁과 6월항쟁의 디딤돌이 되어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

36주년을 맞이한 5.18 앞에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故 황보영국 씨
-1961년 부산 출생
-1979년 부산 철공제조공장 노동자
-1987년 부산상고 앞에서 분신 운명
-2001년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故 김병구 씨
-1956년 전남 장성 출생
-1988년 연세대 학생회관서 투신 부상
-1989년 후유증 치료중 비관 자살
-2001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2016년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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